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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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2. 도둑이 많아지면 법이 무거워지나니

관리자

| 2012·11·25 17:58 | HIT : 1,670 | VOTE : 135

  이 불교가 자꾸 무너져가니까 지금은 그래서 자꾸 뭔가 의제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옛날 고려 시대에 불교에 망조가 드니까 차서(次序)가 그렇게 많이 생겼습니다. 그와 같이 요즘 조계종이 계덕, 정덕, 혜덕, 현덕, 명덕, 명사 등과 같은 법계를 새로 만들기도 하고, 또 법계에 따라 가사도 달리 입히려 합니다. 중이 그런 것을 하면 안 됩니다. 나는 하지 말자고 하는 것입니다. 옷으로 구별하지 않아도 몇 년 중노릇 했는지 가사를 보면 다 알 수 있습니다. 불교가 망하려니까 인위적으로 제도를 고치는 것입니다. 불법을 빙자한 도둑놈이 많아지니까 법이 자꾸 무거워져서 이와 같아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스님과 신도들 탓입니다. 불교는 부처님이 복을 주는 종교가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마음을 낮추고 가다가 스님들 보면 합장을 하세요. 불자라면 왜 당당하게 그렇게 못합니까? 스님을 보면 ‘나무아미타불’ 하며 합장하고, 천수경 독경 소리가 나면 합장하고, 아니면 승복 걸어놓은 것을 보면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합장을 하는 게 불자들의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잘생긴 스님 보고는 합장하고, 나같이 못생긴 중에게는 합장도 안한다면 그것은 불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남이 보건 말건 불자로서 삼보를 깍듯이 공경하는 자세로부터 불법이 살아나는 것임을 명심하십시오.
  요즘 불교 종단이 무려 50여 개나 되는 모양입니다. 무슨 종단, 무슨 종단 별게 다 있습니다. 마치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종단을 임의로 창단해서 부처님을 팔아먹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법은 그게 아니잖습니까. 중이라는 사람이 결혼해서 부부지간으로 살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부처님 법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밖에 판단이 안 됩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니 적당히 감언이설도 하고, 신도들이 돈을 안 가져오면 별로 예쁘게 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바른 불법이 아닙니다.

  우리 성원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달콤한 말을 안 하니까 우리 절에는 부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부자들을 오게 하려면 뭔가 달콤한 말을 해줘야 되잖습니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나와 차를 마시는 사람은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입니다. 뭔가 큰 문제가 난 사람이 와서 눈물을 흘리며, “스님, 제가..,..” 하고 말을 꺼낼 때 차 한 잔 하라고 권하면 앞에 탁 고꾸라져 앉아서 펑펑 웁니다. 그 모습을 볼 때 참 불쌍합니다. 그 보살을 보내놓고 생각해 보면 괜히 눈물이 나서 자다가 보면 베개가 푹 젖습니다.
  신도들이 절에 무슨 보시를 하면 내용을 기록하는 카드를 씁니다. 그러나 성원사는 그런 것을 못하게 합니다. 카드를 쓰게 되면 상(相)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아니면 결국 업 짓는 일에 불과하기에 보시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베푼 것에 집착하지 말고 베푼 것을 자랑하지 말라는 것은 『금강경』의 ‘무주상보시’, 곧 ‘상을 내지 말고 보시하라’는 가르침과 그대로 통합니다.
  그런데, 집착하고 자랑하는 유주상보시(有住相布施)는 항아리에 가득 찬 물과 같습니다. 그 물은 ‘자랑’이라는 바가지로 여러 차례 퍼내어 버리면 곧 바닥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무주상보시는 펑펑 솟는 샘물과 같아서 아무리 퍼낼지라도 마르는 법이 없습니다.
  누가 자기를 칭찬하건 비방하건, 잘 사는 땅이든 못 사는 땅이든 한결같이 비추는 해와 달, 수만 년, 수억 년을 비추지만 조금도 자랑하거나 노하지 않고 비추는 해와 달,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이, 그리고 구름에 가릴지라도 그 자체의 비춤은 멈추지 않는 해와 달을 보십시오. 정녕 우리가 해와 달처럼 베풀면 무주상보시의 공덕이 그대로 나의 것이 됩니다. 불보살님의 복이 한량없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이와 같은 베풂 때문입니다. 써도 써도 다함이 없는 복덕이 끊임없이 오는 것, 해와 달처럼 무주상으로 베풀면 법계에 가득한 행복과 하나가 됩니다.
  물론 무주상의 보시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더 자비의 마음을 열어 집착 없이 자랑하지 말고 베풀어 보십시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 이라며 베풀어 보십시오. 오히려 베푼 것의 몇 배나 되는 복덕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곧 느끼게 될 것입니다. 『금강경』에는 “아상  인상  중생상  수자상(我相  人相  衆生相  壽者相)을 여의고 보시를 하되, 무주상보시를 하라.” 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항상 좋은 일을 하고 상을 내거나 보상을 바라지 말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지도 마십시오. 칭찬과 비방을 초월해 오직 세상에 빛을 뿌리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무주상보시를 강조하고, 실제로 절에서도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실천하게 하니, 이제는 신도들도 내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불전함에 간혹 1천만 원짜리 수표도 들어있고, 100만 원짜리 수표도 들어있는 것은 일반 사찰에서는 보기 힘든 일 일 것입니다. ‘내가 보시한다’ 는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아야 집착 없는 참된 보시가 가능하기에, 이러한 일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교를 믿고 공부하는 사람은 꼭 실천해야 하는 것이 무주상보시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요즈음은 사찰에서 권선이라 하면서 시주질(施主秩)을 써서 현판같이 걸어둡니다. 어디 사는 아무개는 오백만 원이라고 큰 글씨로, 어디 사는 아무개는 삼백만 원이라고 작은 글씨로, 십만 원 짜리는 한쪽 구석에다 깨알 같은 글씨로 써 걸어둡니다. 그러면서 스님들이 법문할 때는 무주상보시 하라고 큰소리칩니다. 언젠가 해인사에서 장격각 판각불사를 하는 데 백만 원을 내면 식구들의 이름을 새겨주고, 십만 원을 내면 한 사람의 이름을 새겨준다고 신문에다 실었던 것을 봤습니다. 이것은 공부하는 불자들의 사행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불교를 망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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