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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1. 형식에 치우친 승가교육
스님을 양성하는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승가교육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한국불교가 바로 서고 불교가 중흥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선, 스님이 되려고 속가와의 인연을 끊고 출가라는 것을 하게 되면, 현행 제도에 따라 우선 6개월간 행자 생활을 해야 합니다. 행자 생활을 마치면 사미(니)계를 받고 4년간 강원 같은 데에서 공부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비구(니)계를 받고 스님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 내용을 보면 한심합니다. 행자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가 하면, 스님들은 행자를 직접 교육시키지도 않고 행자 반장이 다 가르칩니다. 6개월 동안 밥상 들고 다니다가 계를 받으면 바로 강원으로 보냅니다. 강원에서 자기들끼리 모아놓으면 학인들끼리 있으니까 경전만 읽으면 되고 중노릇은 하나도 안 합니다. 그러나 중노릇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제가 그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는 3년간 상좌들을 직접 데리고 교육을 시킵니다. 밥상 올려놓고 젓가락이 틀어졌으면 바로 놓게 하고, 어른 스님 이불 개어놓고 공양시간이 되면 “스님, 저입니다. 공양시간 됐습니다. 공양 잡수시지요.” 하면, “그래, 가자.” 이렇게 3년을 보내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좌들이 전국 각지의 강원에 갔다 오면 엉망이 돼서 돌아옵니다. 이게 한국불교 승가교육의 실정입니다.
교육은 그렇게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기는 쉬운데 가르치기는 어렵습니다. 요즘 학인들을 가르치다 보면 탁 뒤로 나자빠집니다. “에잇, 못 하겠다.” 그러면서 보따리 싸들고 나갑니다.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가만히 보면 안 되겠으니까 또 걸망지고 들어옵니다. 나는 못 나가게 했는데 엄동설한에 나갔다 돌아오고는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합니다. 석고대죄란 거적을 깔고 앉아 벌을 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한번은 한 상좌가 법당 앞에서 좌복을 깔고 눈이 허리까지 오는 데서 석고대죄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엄동설한에 상좌가 석고대죄하고 참회하는데 은사가 이불 덮고 잠잘 수야 없잖습니까.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새벽 1시가 지났습니다. 저놈 잘못하면 죽을 것 같다 싶어서 내가 덮던 이불을 갖다가 어깨에 덮어줬어요. 그러니까 그놈이 거기서 그냥 울더라고요.
“됐다, 들어가자. 새벽 2시구나.”
그런 마음이 이심전심의 교육입니다. 그러면 어쩔 수 있나, 인정해 줘야지요. 그런 상좌가 있습니다. 그것이 나를 낮추는 것입니다. 철저히 낮춰야 합니다. 그것이 공부입니다.
우리는 살음(生)을 배워야 합니다. 사는 것, 이것을 사람(人)이라고도 합니다. 윤리적, 도덕적 계율 위에 수행 정진이라야 반듯한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지식적으로 닦은 도란 현시대의 허트러진 승풍을 부채질 하는 것 밖에, 은사를 생각하는 그런 마음, 간절하고 부드럽고 존경하는 그런 마음이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처럼 마음이 성숙한 성품, 맑고 넉넉한 마음, 그 마음을 공부라 합니다. 경전 보는 것을 공부인 줄 안다면 그것은 경 읽는 기술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나라 불교를 망치는 일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서 마음을 닦는 것이 공부입니다.
공부란 천지인(天地人 : 工)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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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2. 도둑이 많아지면 법이 무거워지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