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혹 서울에 가서 젊은이들을 보면 저 놈도 장가가면 안 되겠고, 저 놈도 시집가면 안 되겠고. 산란한 젊은이들이 참 많습니다. 업이 두터운 사람이 낳은 애들은 산란한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왜 산란스럽느냐 하면 어머니들의 마음이 안정이 안돼서 그러합니다. 부모의 마음이 소란스럽고, 물질적인 것이나 욕망에 현혹이 잘되면 아이들도 그런 성품을 타고나거나 자기도 모르게 습성이 베이는 것입니다.
가끔 시내에 나가 보면 옷을 벗었는가 입었는가 잘 모르겠어요. 절반은 다 벗고 다녀요. 집안에서도 산란한 옷들을 입고 돌아다닙니다. 그러면서 처사님들. 할아버지들도 시대가 그러니까 시대를 따라야 한다고 그럽니다. 20살 먹은 며느리도 반바지, 30살 먹은 아들도 반바지, 60살 먹은 할아버지도 반바지, 60살 먹은 할머니도 반바지, 20~30년 전에는 상것들이나 하던 짓이에요. 이 나라가 왜 이렇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놓을 것은 내놓아야 당당하고, 감출 것은 감춰야 아름다운 것입니다. 내놓을 것을 감추면 옹졸하고, 감출 것을 내놓으면 추잡하고 더러운 것입니다.
요새 노래 부르는 모습도 어찌나 산란한지,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요. 요새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가만히 서서 점잖게 노래 부르면 될 것인데, 유난을 떨어요. 그게 마음이 산란하니까 몸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산란한 마음에 몸을 합쳐서 흔들어대야 속이 시원하다 그 말입니다. 그게 다 업이 두터워서 그런 것입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정말 가당찮아요. 어떤 젊은이들은 “스님, 우리는 내년에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데 되겠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어떤 새파란 젊은 여성은 “스님, 화장실이 어디죠?” 하고 공손하지 못한 태도로 묻기도 합니다. 모두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근본이 바로 잡히지 못한 까닭입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결혼하면, 남편 바가지나 긁고, 부인을 업신여기거나, 아이들 교육에 무관심한 부모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자녀를 둔 부모와는 사돈을 맺어서는 안 됩니다. 자식은 물론이요, 한 집안이 시끄러워지기 때문입니다.
한 집안도 문제이지만, 이 사회 전체가 정말 큰일났습니다. 그게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냐 하면, 30여년 전에 실시한 산아제한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저는 그때 산아제한을 반대한 사람입니다. 내가 30년 전에 최연소 유림(儒林)이었습니다. “생명 경시풍조를 일으켜 놓으면 30년 후에는 애를 낳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충(忠)과 효(孝)란 어구(語句)는 역사 속으로 흘러가버린 삐에로란 단어같이 사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니, 그때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면서 그때 나는 그것을 반대했는데, 지금 사람들이 둘이서 하나도 안 낳잖아요. 앞으로 20년 안에 정부에서 애 하나 낳는 데 돈을 몇 백만 원씩 준다고 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지금 그러한 지경에 와 있어요. 지금 시골뿐 아니라 소도시에는 70,80의 노인들이 혼자 살면서 끼니 때가 되면 라면을 끓이는 것이 생활입니다. 어느 지도자격인 인사는 방송에서 “능력 있으면 됐지, 도덕성이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 고 말했다니 한심스러울 뿐이지요.
이것은 그때 정치하는 사람들이 지혜가 없어서 그런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글이나 지식만 갖고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질 수 없는 법입니다. 절 일주문(一柱門)에 보면 ‘입차문내 막존지해(入此門內 莫存知解)’ 라는 글이 붙어 있습니다. ‘ 이 문에 들어설 때는 세상에서 배우고 익힌 모든 지식과 알음알이를 버려라.’ 허공처럼 빈 마음과 땅에 드러누운 풀잎처럼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선방에서 신문 종이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면 쫓겨납니다. 대중공사부터 해요. 저 스님은 책 들고 다니니까 내 보내자고 해서 쫓아냅니다. 알음알이는 지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언젠가 교육인적자원부에 애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3살 먹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니, 그것도 정신 나간 짓이에요. 지금 그 아이들을 그렇게 과잉교육으로 샌드위치처럼 압박하면 부드럽고 연한 심성은 점점 굳어갑니다. 마음이 집착으로 굳어지면 물질화되고, 물질은 굳어져서 무너집니다. 마이크나 탁자 같은 물질이 썩어서 전부가 굳어지고 무너져갑니다. 마음이 굳어지면 집착하는 마음이 부스러기가 되어 마치 아지랑이 같이 나쁜 오로라가 생깁니다. 마음이 굳어지면 병폐가 생기는 것입니다.
성원사에는 유치원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들을 불러 부모교육을 시킵니다. 유치원 다녔으면 됐지, 웅변학원, 주산학원, 영어학원, 태권도장, 그림학원 등 그런 데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천지난만한 그 마음을 때 묻히지 않고 곱고 아름답게, 순수하게 그냥 키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보면 주산학원, 웅변학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이런 학원 차가 와서 애들을 데려가더라구요. 이건 안 됩니다. 애들 그렇게 키우면 망칩니다. 이게 굳어지면 물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습관 말고는 생기지 않습니다. 정신적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지혜입니다.
|
3. 4. 1. 지식보다는 지혜로운 인성교육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