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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는 무한한 광명으로 항상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무수한 세계에서 가지각색의 인연을 따라 몸을 나투신 불보살님들께서 항상 우리 주변에 머무르시며 장엄한 설법을 해 주고 계십니다. 그것이 『화엄경』의 말씀입니다.
헌데 우리는 그 소리를 왜 듣지 못하지요? 눈앞의 남편이, 아들딸이, 이웃사람이 어쩌면 나에게 설법을 해주려고 몸을 나투어 오신 불보살이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어째서 나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걸핏하면 성내고, 질투하고, 욕심을 내며, 눈이 벌개지는 것입니까? 바로 먹구름, 내 마음이 일으킨 이 시커먼 먹구름 때문입니다. 한 번, 두 번 일으킨 그 마음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마치 그렇게 집착하는 것이 당연한 것 인양 착각하고 사는 모습은 아닌지요.
항상 부드럽고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나를 끌어 묶지 않으니 먼저 내 건강이 좋아질 것입니다. 다음은 그간 보지 못하고 스쳐갔던 많은 것들이 내 눈 안에 와 닿을 것입니다. 문득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고 있으면, “어느 집 미친 망나니냐!” 라고 욕을 하여 엉뚱한 구업을 짓지 말고, “아, 부처님! 저 분은 본래 부처님에서 나왔는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지금 저런 괴로운 과보를 받고 있습니까? 저의 없는 복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저분께 나누어드려서 저분이 얼른 지금의 과보를 털고 일어나 맑고 밝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라고 염하세요.
우리 신체에 ‘백 가지 기운이 모이는 바다’ 라고 해서 백회(百會)라는 곳이 있습니다. 아내들이 곱고 예쁜 마음으로 남편이나 자식을 대하거나, 할머니들이 손자를 귀여워하는 마음을 낼 때, 이곳으로부터 자비심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손자들 배 아플 때,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하면서 부처님을 찾으면 곧 아픈 배가 낫습니다.
아내들도 남편에게 착한 마음, 따뜻한 마음을 내어 남편의 손을 잡으면 남편에게 이런 마음이 생깁니다.
“아이구, 이 사람이 집안 일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시집 올 때는 손도 부드럽고 얼굴도 예쁘더니, 내가 돈도 잘 못 벌어주고 힘든 일만 해서인지 손이 이렇게 거칠어졌구나. 앞으로는 더 잘 해줘야지.”
이런 마음을 내고 살짝 아내 쪽으로 돌아눕게 됩니다. 이런 이심전심이 바로 맑고 밝은 염불하는 마음, 반야바라밀인 것입니다.
면상무진공양구(面上無瞋供養具)
구리무진토묘향(口裡無瞋吐妙香)
심리무진시진보(心理無瞋是眞寶)
무염무구시진상(無染無垢是眞常)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이 게송 속의 ‘성 안 내는 그 얼굴’과 ‘부드러운 말 한마디’야말로 참다운 공양이요, 염불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가 상대방을 축원하는 기도이자 염불입니다. 입으로 10만 번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만 염불이 아니고, 가장 따뜻하고 순수한 바탕 위에서 저 ‘부처님 같은 마음을’ 생각［念 ］하는 것, 그것이 다름 아닌 참다운 염불입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가 꾸준히 지속되는 것, 그것이 바로 선(禪)입니다. 그러면 그 집에서도 다 포기한 깡패 같은 그 사람의 마음밭［心田］에서도 스님의, 보살님의, 처사님의 이 작은 염불 공덕으로 바른 삶을 살 수 있는 씨앗이 발아(發芽)하고 보리(깨달음, 부처님)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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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3. 집착 없이 내는 청정심이 관세음보살의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