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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면 보시 금액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경우를 간혹 봅니다. 500만원 낸 사람 이름은 큼직하게 적어주고, 10만원 낸 사람 이름은 저쪽 구석에 깨알같이 적어놓습니다. 입으로는 무주상(無住相 ; 상에 집착하지 않음)보시를 강조하면서 왜 자꾸 상을 내도록 유도하는지. 보시는 반드시 물질적인 재(財)보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법(法)보시, 중생과 고락을 함께 나누며 두려움을 없애주는 무외(無畏)보시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보시이든 간에, 내가 베풀었다고 하는 생각조차도 내지 않는 보시가 바로 『금강경』의 ‘무주상보시’입니다.
“구도자는 사물에 집착 없이 베풂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도자가 만약 나는 사람을 제도하였다고 하는 생각을 일으켰다면 그는 진실한 구도자가 아니다. 구도자들은 일체의 생각을 버리고 형태에 집착한 마음을 버리고 소리나, 냄새나 감촉이나, 마음의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법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또한 법 아닌 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법은 법이 아니며, 법 아닌 것도 법 아닌 것이기 때문이니라.”
무주상보시는 가장 깨끗한 선물입니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를 주었다거나 했다거나 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주상보시가 아닙니다. 내가 상대를 도와줄 수 있으므로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보시야말로 가장 깨끗한 보시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쉬워도 가만히 살펴보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내가 한 작은 선행에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칭찬 한 마디에 약간 우쭐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무주상보시를 가까이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대승불교도들의 가장 중요한 실천덕목 중 하나인 무주상보시는 집착 없이 베푸는 보시를 의미합니다. 보시는 불교의 육바라밀(육파라밀)의 하나로서 남에게 베풀어 주는 일을 말합니다. 이 보시는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베풀었다’ 라는 자만심 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베풀어주는 것을 뜻합니다. ‘내가 남을 위하여 베풀었다’는 생각이 있는 보시는 진정한 보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내가 베풀었다는 의식은 집착만을 남기게 되고 궁극적으로 깨달음의 상태에까지 이끌 수 있는 보시가 될 수 없는 것이므로, 허공처럼 맑은 마음으로 보시하는 무주상보시를 강조하게 된 것입니다. 『선가귀감』에서 서산 대사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한 몸이라고 보는 데서부터 무주상보시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 보시를 위해서는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의 살림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라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에게는 분수대로 나누어주고, 진리의 말로써 마음이 빈곤한 자에게 용기와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며, 모든 중생들이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참된 보시다.”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복이 없으면 억지로 상을 내는 불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목탁을 열심히 치면 다 됩니다. 불사를 하고 보시를 하더라도 무주상이 되어야 합니다. 불자 여러분도 잘 하셔야 합니다. 불자들이 보시금을 그냥 불전함에 넣으면 될 것을, 꼭 돈봉투 들고 스님 찾아다니지요? 스님 손에 꼭 쥐어주려고 말입니다. 그게 다 상입니다. 보시할 때 상을 내게 되면 곧 업을 짓는 것입니다. 보시할 때는 무주상으로 해야 큰 공덕이 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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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사람다운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극락정토 